이 책의 저자인 시마다 마사히코는 현재 내가 쓰는 닉네임 "B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로코코 거리"를 썼다.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그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빠져버렸다. 그 독특한 소재와 전개 방식은 여지껏 소설에서 접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장르소설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단지 글만으로 가상의 세계를 묘사한다는 게 나로선 신선했고 그것이 나의 닉네임, 블로그 네임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되어 출간된 소설 역시 그의 구성력과 문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기백년에 걸친 집안 역사와 그와 관계되는 사건들의 전개는 그 어떤 소설보다 나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한카논 1부 혜성에 사는 사람들을 읽은지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읽게 됐지만 책장을 펴는 순간 이전의 기억들이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등장인물, 사건 전개, 1부의 끝부분...
책을 구입해놓고 언제 읽을까 고민 고민을 하며 망설이다가 구입 후 한 달이 지난 오늘에서야 첫 장을 넘긴 소감이다.
또 어떤 식으로 나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직까지 내겐 그와 같은 큰 감동을 표현할 수 있는 글솜씨는 없는 것 같다.
버스에 앉자마자 가방의 지퍼를 열고 책을 꺼내어 책의 하드커버를 넘긴 후 인쇄된 날짜를 확인한다.
종이를 빠른 속도로 넘기며 고급스럽게 제본된 책의 느낌을 손끝으로 먼저 느껴본다. 이후에 중간을 펼치고 책냄새를 맡음으로써 책을 읽을 준비는 끝이 난다.
전작을 읽은지 5개월여 지났지만 내겐 아직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주인공 가오루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 그가 갖고 있었을 두려움 그러나 그의 유전자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 동시에 진행되는 가오루와 후미오의 이야기.
한 사람은 운명이고, 한 사람은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가오루의 딸이다.
'그래,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구나.' 후미오의 시점에서 2부가 시작된다.
후미오 또한 깊은 결심을 한 모양이다.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얼마 안 있어 이야기는 가오루를 좇는다. '어떻게 될까? 아니지 어떻게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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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루는 7년 동안 자신이 그토록 기다렸던 후지코를 만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뭔가 밋밋한 느낌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대화 내용
"약속해줘. 늘 내 편에 있어준다고."
"내가 어떻게 후지코 씨의 적이 될 수 있겠어?"
"지금 가령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다 해도, 앞으로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 ...만에 하나 우리가 서로를 적대시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해도, 우리 의지로 서로 돕고 서로 지켜줄 수는 있어. 가오루, 그렇다는 거, 믿니?"
"사랑이 끝나도, 서로 같은 편일 수 있다는 뜻이야?"
"응. 왜 그런 걸 묻는지 궁금하겠지. 사랑이란 감정이 기우는 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행위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사랑을 감정의 유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 ...
"고마워. 이 약속은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서로가 약속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는, 비밀이 지켜지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소중한 약속은 단단히 잠가둬야지. 쉽게 깰 수 없도록. 약속을 평생 지키기는 어렵겠지. 약속 자체를 잊어버릴 수도 있겠고. 그러니까 이 약속은 비밀에 부치고, 그 비밀을 꺠고 싶어질 때마다 진짜 지켜야 하는 약속을 떠올리는 거야."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내 기억 한 구석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과 한 약속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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